[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단 144명만이 만나는 리사이틀이 열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새로 오픈한 작은 공연장 거암아트홀. 바로 눈앞에서 거장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관객들은 벌써부터 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경화는 오는 10월 29일(일) 오후 4시 독주회를 준비한다. ‘2023 거암아트홀 그랜드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콘서트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함께해 더욱 풍성해질 이번 공연에서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장조(Op.100)’,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Op.45)’,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FWV8)’를 연주한다.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문화 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정경화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부모님께서 한국 전쟁으로 피난을 갈 때도 피아노를 들고 가셨다”는 전설적인 일화는 음악에 대한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짐작케 한다. 그 응원에 힘입어 정경화는 미국·유럽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청와대는 물론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활약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정트리오(정명화·정경화·정명훈)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국내를 넘어 세계를 누비는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지난 5일에는 은퇴한 첼리스트 정명화를 대신에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왕과 피아노 3중주팀을 구성해 공연했다. 이날 무대에서 정경화·정명훈 남매는 듀오 연주를 선사했는데, 2011년 12월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 이후 처음이다. 공식 공연으로는 1993년 듀오 콘서트 이후 30년 만이다. 2012년 1월 서울시향 공연에 함께 선 적은 있지만, 그때는 협연자와 지휘자로 만났다.
정경화는 지독한 연습으로 세계 톱에 올랐다. 약 10년 전, 어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 언니(정명화)는 손가락에 구멍이 날 정도로 연습하고, 나는 뱃속이 뒤틀릴 정도로 연습했다. 그것은 1만 프로의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가족과 악기만이 전부였던 시절, 세계를 다니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두려움이 그를 지배했지만 오직 음악만이 정답이었고, 음악만이 그의 길이었기에 모든 압박을 이겨냈다. 고희가 훌쩍 넘어도 흔들리지 않는 거장의 발걸음은 지금까지 모든 음악인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민병무 기자 min66@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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